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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20 술없는 공원 (5)

   안녕하세요, 시청팀 김여란 기자입니다. 포스팅이 뜸하지요... 우리 시청팀은 한때 블로그를 열심히 써서 박원순 시장 취임 1주년에 맞춰 책을 짜잔 내보자는 포부를 갖고 있기도 했었는데요... ㅎㅎㅎㅎ

 

 

 이제 장마가 아니라 우기라더니 여름이래도 크게 덥지 않습니다.

   그래도 여름만큼 밤을 기다리게 되는 계절도 없지요.

  여름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밖에서 마시는 술 아닌가요? 저는 그렇습니다. 제 아무리 좋은 술과 산해진미라도 밤바람과 함께 들이키는 맥주와 막걸리의 상쾌함만은 못한 것 같아요.

 

  친구들을 만난 토요일 밤 1, 2차를 마치고 자정이 넘었지만 집에 가긴 싫어 한강을 찾았습니다. 천변 잔디밭 한 켠에 자리잡고 누워 친구들과 맥주와 담배를 나누면서 별말없이 밤이 흘렀습니다. 행복했어요.

 

 

 

<제가 찍은 거 아니고 블로그 펌> 이 블로거는 사진 밑에 '불금을 즐기는 또다른 방법'이라는 제목을 달아뒀더군요

 

 

 

 그런데 내년부터 이런 행복은 누릴 수가 없게 된다네요.

 

   서울시가 시내 2000여개 공원에서 술을 마실 수 없도록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했고,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중입니다. 법이 개정되면 공공장소 흡연에 과태료를 물리는 것처럼 야외 음주도 단속 대상이 되고 걸리면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관련기사 보기 --> ‘공원에서 음주 금지’ 서울시, 법개정 추진

 

 

 물론 이게 나쁜 정책은 아니지만... 왠지 굉장한 걸 뺏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여태 살면서 정부 정책이 이리도 피부에 와닿은 적은 처음입니다.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자 여러 차례 언론 보도가 나왔던 내용이어도 모르고 있다가 놀라더군요. 박원순 시장이 술을 안 마신다는 이야기를 덧붙이자 시장이 술 안 마시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라며 한결 비난(?)의 열기가 뜨거워졌지요. ㅎㅎ

 

  잠깐 딴 얘기지만 역대 서울시장님들은 대부분 술을 안 드셨다고 합니다. 고건 전 시장, 이명박 전 시장, 박원순 시장까지. 오세훈 전 시장은 술을 좋아하셨다고 하네요.

 

 

어느 누리꾼은 박원순 시장님에게 멘션도 날렸던데요. 답멘션 성실하신 시장님이 이 멘션에는 묵묵부답이시더라는...

 

@wonsoonpark 시장님! 서울시내 공원에서 내년부터 음주가 안된다고 들었습니다. 밤공기 좋은 밤에 맥주 한잔도 죄가 되나요? 너무 규제만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서울도 좋지만 일상의 소소한 재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쉽네요

 

 

   무튼 인터넷을 뒤져보니 저같은 사람들도 꽤 있길래 왠지 힘이 나서 혹시 그새 서울시에서도 시민 반응에 방침을 조금 바꾸지 않았을까 궁금했어요.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시 공원 금주화 계획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맥주도 한잔 마음대로 못 먹냐고 하지만, 공원이 원래 술 먹는 곳은 아니잖아요. 처음에 산에서 취사 금지할 때도 말이 많았는데 이제 산에서 삼겹살 굽고 라면 끓이는 거 안 하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으니 밀어붙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하나 틀린 구석이 없는 올바른 과장님 말씀에 저는 네, 그렇지요... 힘없이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원 관리하면서 음주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들이 항상 가장 골칫거리였다고 하시네요. 그래도 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당당하진 못한 투로 물었습니다.

 

  “그... 한강공원같이 사람들이 원래 간단히 맥주 한 캔 하려고 찾는 곳들이 있잖아요... 그런 곳같이 특정한 지역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어느 시간대부터는 음주를 허용한다든가 그런 계획은 없나요?”

 

 과장님은 “특정 구역에 대해서는 음주 허용을 조금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겠지만... 규제를 어떻게 실행하냐의 문제니까 그런 부분은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 주셨습니다만...

 

 

    좋은 정책이지요. 저도 어쩌다 작은 공원에서 취한 이들을 마주치면 아무렇지 않을 순 없었고, 밤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무리를 보면 그 앞을 지나기가 겁이 나기도 했던 게 솔직한 심경이니까요공원에 쓰레기 쌓인 걸 보면 제가 치울 것도 아니면서 한숨이 절로 나기도 했고요.

 

  외국물 살짝 먹은 친구 말을 들으니 미국이건 유럽이건 대부분 선진국은 길거리나 공원 등 야외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진국도 아니잖아요... 다른 거나 좀 제대로 따라해보지... 라고 한다면 사심 가득한 말로만 보이겠지요?? 어쨌든 저는 공원 내 금주 정책으로 더 좋은 사회가 되기를 응원하는 서울시민이고 싶습니다..

 

 

   공원 내 음주뿐 아니라 주취 폭력 등 음주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조선일보가 주폭 척결을 위한 기획보도를 열심히 진행해왔구요.

 

   멀지 않은 수습 시절, 밤새 경찰서를 지키고 있노라면 경찰서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취한 이들이었습니다. 가정폭력과 다툼 등 범죄부터 무전취식, 괜히 경찰에게 떼를 쓰고 난동을 피우는 분들까지 몇 달간 별의별 막장을 보면서 저놈의 술 때문에 경찰이건 주위 사람이건 피해보는 사람이 많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이들의 술잔에 담긴 무력한 가난과 풀 데 없는 울분, 증오도 뚜렷이 보였습니다. 제가 만난 주취 폭력자들 중에는 일용직 노동자나 노숙인이 많았습니다. 한눈에 봐도 알콜 중독인 경우들이 많았지만 그분들에 치료나 상담받을 기회주어졌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술을 안 마시게 될까요. 그이들이 술을 끊고 성실히 노동한다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행복하지 못한 사람에게 행복할 기회를 줄 수 없는 사회라면 그들에게서 무엇이라도 뺏거나 비난할 권리도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주취 폭력을 없애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를 통제하는 식으로 범죄의 단초를 차단하려는 건 사실 가장 쉽고 피상적인 방법이지요. 술을 모든 악의 원흉으로 만든대서 거기 속했던 분노와 폭력이 온전히 건강하게 해소될까요.

 

  삶의 고단함을 술로만 풀려는 것 또한 쉬운 선택일 뿐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합니다술을 많이 마셔서 온갖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나 술만 막아서 그것을 해결하려는 이들이나 모두 시민성이, 마음이 단단치 못해서 그러는 것이겠지요.. 정말 건전한 사회란 술 없는 사회가 아니라 문제를 직면하고 근본부터 해결하는 방법을 모두가 잘 익힌 곳일 텐데요.

 

  어쨌든, 공원에서 술을 못 마시게 된대도 아쉬운 낭만이야 가벼운 것이라 갈 곳이 없진 않겠지요. 그러나 공원 내 편의점 탁자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던, 장기판을 앞에 두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노인들. 그네들은 가벼운 주머니를 이끌고 어디를 찾아 가시려나요. 저는 올해가 가기 전까지만 부지런히 공원과 길바닥에서 조용히 술을 마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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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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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20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뿌잉 2012.07.20 1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가는 글이네요. 개인적으로 술을 못 마시게 돼 아쉽습니다. 공원에서 술을 마신 적은 없지만 무언가 작은 자유를 빼앗기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하지만 아무 곳에서나 술을 살 수 있고 코가 흐늘흐늘해질 정도로 마시는 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좋은 정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참 글을 잘 쓰셨어요. 여담인데 기자님은 참 애주가이신가봐요 후후

  3. 서울 2012.07.23 16: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술이 없어야 아이들도 편히 놀죠.
    술있는 공원의 권리를 누렸다면 이젠 없는 권리도 누려봅시다요.
    박시장님 오신 후론 좀 나아지는 것 같아요.

  4. 행인 2012.10.04 17: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데 이 블로그는 기자님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인가요, 아니면 회사 방침상 반 의무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인가요? 어느 쪽이든 기사 쓰느라 바쁘실 텐데 블로그 글 쓰실 시간까지... 고생이 많으시네요!

    • 필자 2012.10.12 1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회사에서 권장은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답니다. 자주 쓰면 좋을 텐데 게을러서 못 쓰지요. 고생이랄 것 없는데 감사합니다~